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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0 영화 PARIS

영화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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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일요일 아침, 문득 잠에서 벌떡 깨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고 극장으로 향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냥 발이 끌리는 대로 갔을 뿐이다.
개봉한지 꽤 된, 평점도 별로 안좋다는 이 영화가 보고싶었던건 단순히 PARIS라는 제목이 주는 낭만적이고 달콤한 이미지 때문이겠지. (조금 더 덧붙이자면 쥴리엣비노쉬에 막연한 환상도 있었고.)

영화는 엉뚱하게도 죽음과 파리를 이어내버린다.
그 촉매는 잔인한것도 두려운 것도 아니다. 약간의 눈물과 악이라곤 없는 선한 상의 인간들만 있을뿐이다. 영화 내용은 굳이 따져들어가지는 않겠다. 단지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말을 순수한 눈빛의 아이들에게 망설임 없이 던져낼 수 있을 정도로 죽음은 가깝고, 또 무거운 것이라는 기조 정도만 기억해두면 된다.

영화 파리는 파리 사람들을 보여준다. 제 직원에게는 냉담하리만큼 따끔하면서 이내 눈웃음과 봉쥬르-로 손님을 맞는 빵집 아줌마도 얄밉지가 않다. 시장에서 생선을 팔고 야채를 파는 이들은 우리 집 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이다. 독신의 노교수도 차가운 미소를 지닌 여학생에게 꿈뻑 넘어가는 그곳이 바로 파리니 말이다.

파리 사람들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길거리 아무곳에서나 진한 입맞춤을 날리고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윙크를 날리며 물랑루즈의 화려함이 캉캉춤으로 대변되는 그런 곳이 파리일지라도. 가만보면 이네들도 우리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진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에게도 사랑은 마냥 가벼운 것만이 아닌, 그네들의 인생에 절실하게 따뜻한, 그 무언가인 것이다.

수미상관마냥 다시 클로즈업 되는 노교수의 눈길이 느껴질때 즈음, 마냥 웃고 깔깔거리던 사람들은 숙연하게 '파리지엥'을 받아들인다. 마냥 외롭지만은 않은, 도도하지만 따뜻한 그런 파리지엥을 말이다.
영화는 파리를 세단어로 묘사한다. Luxe, Calme, Volupte. 휘황찬란함과 차분함, 그리고 쾌락이 공존하는 도시. 똑같이 노란 우비를 입고 공원을 내걷는 나이든 관광객들을 바라보는 렌즈 조차도 차분하고 유쾌한 곳이 바로 파리니 말이다. '죽음' 조차도 아름답게 뿌려질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몽파르나스 타워 위에서 재를 뿌리는 그네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그 입가의 미소에서 화려한 파리를 떠올렸다면 나는 정녕 파리에 너무도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일까.

파리에 살면서, 서울 20년 삶에서는 본적도 없는, 사람이 죽은 혹은 죽어가는 모습을 두번이나 보았다. 영화 속 여학생은 남자친구의 등을 부여잡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 현장의 죽은 여인을 보고 "미치겠다"를 외친다. (우리말로는 '어떡해-'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어투는 '미치겠다'였다.) 그래, 미치겠다.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보고도 미치지 않겠다 생각하면 그만큼 냉정한 사람이 더 있을까. 미치겠다고 선뜻 뱉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파리지엥이고 또 이 영화의 사람들이었다. 쓸쓸한 죽음도 또 다른 시선으로 따뜻한 죽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파리스러운 영화고, 파리에 살고있어서 기뻤다.
밖에 나왔을땐, 들어가기 전보다 더 추적추적 비가 내려댔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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