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2/06 토니블레어를 만나다, 아니, 듣고 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쉽게 핸드폰전원이 나가는바람에 토니씨 사진은 못찍은...



때로 말할 것 같으면 2008년 1월 31일. 불과 일주일 전.
<La voie Proressiste> 라는 이름의 심포지움(불어로는 colloque)에 다녀왔더랬다.
이 토론은 les Progressistes, 즉 진보론자학회(우리말로 굳이번역하자면)에서 주최한 것이었는데, 이전에도 이쪽에 관심이 좀 생겨서 이 학회 웹사이트를 기웃기웃거렸었다.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학회는 프랑스 내에서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굉장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는 것 정도. 이 학회의 수장이자 설립자가 Eric Besson이라는 프랑스 정치인인데, 세골렌 루아얄쪽에서 꽤나 '큰손'역할을 한 이라더라. (현재는 세골렌이 떨어지고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그의 맞은편에 서서 독자적인 영역을 꾸준히 넓혀가는 자로 알려져있죠.)

소르본느에서 열렸던 이 심포지움에서는 진보라는 키워드를 하에 총 세가지 주제의 원탁토론이 진행되었다. 1. 진보와 세계화, 2. 세계화에 따라 발생하는 불평등에 맞설 수 있는 방안들, 3. 정부의 역할. 이렇게 세 파트로 나뉘어 하루 종일 진행된 토론에는 말그대로 '엄청난' 토론자들 또한 참석했다. 프랑스 정부 공직자는 물론 소르본느 교수, 영국 교육부총리, 캠브리지 교수, 러시아 관련 전문가, 중앙아프리카 전 총리, 이스라엘 전 교육부총리, 브라질 전 외교전략부총리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가장 주목을 끈 토니블레어 영국 전 총리까지, 말 그대로 이 심포지움은 지극히 전문화된 진보집단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심포지움에서 가장 관심이 가던 부분은 불평등과 관련한 교육에 대한 이야기. 얼마 전, SG 직원의 금융사기 사건, 그 뒤에는 프랑스의 학벌주의, 즉 그랑제꼴에 대한 비판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내용이 전파를 탄 바 있었다. 말마따나 이 포럼에서도 또한 '가난할수록 교육의 기회를 더 줘야한다'는 주장이 전개되었는데, 여기서 주요 예로 들어졌던 점이 바로 영국의 교육개혁이었더랬다. 토니블레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크게 전개했던 정책이 바로 '교육' 분야였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바. 유럽의 톱 대학들이 미국의 최고 대학들과 맞설 수 있으려면 그만큼 시스템의 변화를 수반해야한다는 점도 거론되었다. 물론 여기에 드는 비용에 대해 기부 문화를 더욱 확장시키는 등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말도 덧붙여 나갔다. 당시 교육부 총리를 맡고있던 분이 나와 그들의 사례를 소개했는데, 후에 등장한 토니블레어 전 총리가 한 가장 귓가에 맴돌았던 말, "중국과 인도의 인구를 합치면 프랑스와 영국 인구는 물론 EU인구를 통틀어도 훨씬 많은 수치이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우리로선 브레인, 즉 인적자원을 끊임없이 배출해내야 한다." 즉, 국가 경쟁력의 중추에 인적자원을 최우선시 하고 있다는 얘기겠지.

한가지 더 인상적였던 점은, 프랑스의 '아프리카'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눈에 띄게 Responsibility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화의 진보는 곧 세계적 불평등으로도 이어지는 바, 이에 대한 촉구와 동시에 아프리카가 '개발할만한' 여옽로서 언급되는 자체가 뭔가 새로웠달까. 사실 우리나라는 지리상으로도 가까운 '아시아'에만 집중되어있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특히 L'etat Europeen(유럽정부)에 대한 구상 논의가 은밀히 펼쳐지고 있었는데 여기서 거론되는 유럽 정부의 책임론 또한 아프리카를 상대로 하는 이야기가 많았더랬다. 동시에 '신뢰'의 문제도 계속해서 거론되었지.

아무튼, 스물 세살, 한국인 대학생인 내가 본 토니블레어는 확실히 여유가 있어 보였으며, 명석한 면이 보이는 동시에 살짝 여우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그 배후에서 빛나는 그의 야망은 누가 뭐래도 감출 수 없는 후광이었다. 그는 굉장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고, 또한 그럴만 하다 싶은 힘도 또한 느껴졌다. (유명한 사람이라 더 그런건 아니다. 단지 다른 쟁쟁한 토론자들에 비해서도 돋보이는 '무언가'가 있었을 뿐이다.) 그의 말인즉, 사회적으로 소외받은 계층의 사람들이 분명 있다고. 그들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동시에 성공한 사람들을 환영은 하지만 그것보다도 성공에의 열정을 가졌던(그리고 가진) 이들에 대해서도 반가이 맞이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21세기는 진보를 향한 세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토론이 진행된 31일 오전 9시부터 저녁7시까지. 영어와 불어를 넘나들며 알아듣기 벅찬 감도 막판의 피로로 작용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열린 토론'이 있는 사회가 그저 부럽게만 느껴졌다. 소위 잘난이들의 이야기를 눈앞에서 듣고 받아적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멋진가. 내 옆에서 잠깐씩 졸던 프랑스 50대 직장인 아저씨도 당신이 이런 좋은 기회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 그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을까? 글쎄. 이방인이 느끼는 정서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겠지.

+ 덧붙이자면
토니블레어는 불어를 굉장히 잘알아들었고
발음이 조금 그렇긴 했지만 아무튼 불어도 상당히 잘했다.
전에 푸틴이 스위스에서 불어를 써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꽤나 영향을 미쳤다던데,
역시, 세계화에 앞장서려면 언어가 우선시되어야...





Posted by Lovely_J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