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이다. 그것도 아주 전형적인 20대.

  한명의 인간을 두고 '전형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부터가 벌써 몰개성화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전형적인 20대의 단면을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 20대, 소위 80년대 생들은, 세련되고 싶어하고, 안정과 동시에 모험을 추구하며 알파걸을 꿈꾸고 자기계발에 열정적이다. 학점과 외모, 경험등에 집착하고 동시에 로맨스까지 꿈꾸는, 정말이지 리얼리스트이면서도 동시에 로맨티스트이다. 그도 그럴것이, 우린 민주화 과정이 지나간 후 철이 들었고, 급격하게 변하는 디지털화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흘러흘러 여기까지 왔다. PC통신 팬클럽에서 '오빠'를 부르짖던 우리는 자연스레 싸이월드와 블로그에 신들린듯 300타 넘는 타자실력을 뽐냈고, 안보고도 핸드폰 문자를 두드리며 영어실력은 역대 최고의 토익점수를 뺨칠 정도이다. 고전에 심취해있다거나 라디오 엽서를 낭만으로 여기던 우리 윗세대와는 달리, 우리는 세련미속에서 보다 개방적이고 산뜻한 낭만관을 가지고 있다. 굳이 마르크스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우리의 대학생활은 보다 복지적인 데에 관심이 있으며, 나를 브랜드화하는 자본주의적인 낭만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 우리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는 입시에 대한 압박으로 꽉 조여져왔으며 '대학가서 놀면 되는것 아니냐'는 말을 달팽이관 안쪽에 몰아넣은 채 대학에 들어왔다. 막상 고개를 내밀고 보니 광장은 너무도 황량했고, 무엇을 해야할 줄 모르는 막연한 해방감은 결국 불안감으로 이어져왔다. 그래서 우린 뒤늦게 방황도 하고 자아갈등도 한다. 대학와서 놀려고 보니까 세상은 무한경쟁시대이고, 윗대 선배들처럼 '취중수업'이나 '자체종강'은 조금은 대책없는 멋들어짐으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서점은 온통 '20대가 꼭 알아야 할' 혹은 '20대가 꼭 해야할' 시리즈들로 가득하다.

  88만원 세대란다, 우리보고. 88만원이 무언가. 결국 '돈'이지 않나. 386, 6.8, N 과는 달리 우리는 '돈'으로 규정지어진 세대이다. 위에서도 말했듯 우리는 우리 자신을 브랜드화 하고 가치를 높이는데 열중한다. 다시말해 개개인의 발전은 이른바 자기마케팅 논리에 의해 진행된다. 내가 더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으려면 어떤 투자가 필요한가에 귀기울이고 달려든다. 공모전, 해외연수에 열을 올리고 '이력서 한줄'을 위해 한낮 더위가 무색할만치 뛰어다닌다.

  우리는 반발도 해본다. '우리가 했던 것 처럼 너희도 해야지'라는 식의 구세대가 권하는 한마디에 '깨갱'하는 듯 하지만, 보일듯 안보일듯 우린 정치적으로 침묵해버린다. 어차피 그나물에 그밥이 아니냐는 듯 냉소를 띠고, 간혹 존중은 하지만 굳이 정치이념으로 이분법된 권력구조에 신물이 가득 난다고 입을 모은다. 그 와중에도 기성세대가 승자인 독식구조 안에서 바늘 구멍을 지나듯 아슬아슬하게 경쟁의 틈바구니에 껴있는 우리 자신도 '어쩔수 없지 않느냐'고 합리화를 해본다. 반발과 합리화가 공존한다. 게다가 사회적 책임의식까지 저 밖에서 밀려들어온다. 어지러움이 머릿속을 휘감아오른다. 해묵은 이론에 신물은 났고 쾌락적인 요소들은 주변에 만연하다. 캐묵은 막걸리보다 깔끔하게 맥주나 커피한잔으로 풀어내려는 세대가 지금의 20대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20대에 귀기울여야 한다고들 한다. 20대야말로 현 상황, 지금 보이는 모든 현실을 가장 잘 이야기하고 투영해낼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이 시대의 향후 행보와 문화적인 트랜드까지도 분석하고 대비할 수 있을 만큼이나 20대는 그 가치가 풍부할 지경이다. 그래도 20대이기 때문에, 이른바 '기체'로 묘사되는 이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시기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회는 무조건적인 꾸중보다, 따갑기 그지없는 질타보다, 묘한 세대간 경쟁이 아닌 '밀어주기'와 '끌어주기'를 베풀어야 한다. 아직까지 어린애 취급이 그립느냐고? 역시 약해빠진 20대라고? 글쎄.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그 기준, 보수성이 짙다는 그 관점부터가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된건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세상은,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Posted by Lovely_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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