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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셔도됨 2008/12/28 01:31
새벽입니다. 나는 지금 수습생활 12일차입니다.
방금 메일을 확인해보니 이런게 와있네요. "Escape! only 99euro for Roundtrip!!"
.... 장난하나...-_- 나도 떠나고싶다 이겁니다. 그럼뭘하나. 닭치고 일해야지.

생활은 즐겁습니다. 아니, 가끔 마음 아플때도 있습니다.
가만보면 우리 아빠보다도 나이 많은 사람한테 씩씩대며 화도 내야하고(오늘 그랬습니다.)
웃고싶어도 웃으면 안되고, 울고싶어도 참아야 하고.
나에 대해서 좀 '덜' 솔직해지는 겁니다. 사회는 그런 사람을 요구하구요.

그래도 할만 합니다. 연극을 취미로 해보길 참 잘 한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 '나'라는 무대에 서있고, 23회째를 접고 있습니다. 모노드라마라 주인공은 '나'입니다.
나는 계속 변하겠죠. 그래야 극이 재밌으니까요. 유연하게 반응하고 대처하고 움직입니다.
자야겠습니다. 새벽입니다.
Posted by Lovely_Jae

Lolita (1955) by Vladimir Nabokov

1955년 파리에서 출판되어 화제가 되었으나 이듬해 판매 금지 당하고, 3년 뒤 미국에서 대히트를 친 바로 그 문제의 책.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이 책을 보란듯이 읽고 있으면 대부분이 '어머 저사람 야설 읽나봐' 라고들 생각함. 물론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뭐 원체 '롤리타 컴플렉스'라 하여 어린아이에 대한 성적 도착증, 즉 '변태'적인 단어로 쓰인것도 사실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롤리타 책 자체는- 그대들의 기대(?)를 저버릴지언정 그닥 야하지 않습니다. 흐음?


수업시간에 써야하는 레포트 덕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자유롭게 주제를 잡아 레폿을 써보라고 하시더군요. 그것도 아주 심층적으로 말입니다. 솔직히, 이 책을 통해 쓸 수 있는 주제는 대개의 경우 주인공 험버트의 도덕성, '성'에 대한 담론, '롤리타 컴플렉스'와의 비교, 영화 롤리타의 묘사기법과 소설의 차이 등등으로 가게 되는데- 나같은 경우에는 '롤리타의 성장소설 관점에서 바라보는 소설 '롤리타'' 라는 이름으로 보고서를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롤리타'가 커가는 모습을 므흣-하게 바라보자 이거죠.

 「아홉 살에서 열 네 살 사이의 소녀는 때로 두 배 이상으로 나이가 많은 홀린 방랑자에게 인간이라기보다는 님프(<악마적>이라는 뜻)의 속성으로 보인다. 이런 종류의 소녀를 나는 <님펫>이라 부르고 싶다.」(‘롤리타’-민음사 25p)


꽥. 나는 이런 변태성이 싫습니다. 님펫이라뇨. 소유물의 느낌이 아주 강렬하더이다. 변태아저씨의 관점에서만 소설을 보자니 괜히 속이 니글니글해졌습니다. 나는 이런데에 알러지가 있나봅니다. 뭐 솔직히 오바하는것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빤 지금까지 내게 뽀뽀도 안해주셨잖아요?” (155p)

“난 남성 동물들에게 친구가 되구요. 난 명령에 복종해요. 난 명랑해요. 저기 경찰차가 또 오네. 난 검소하지만 생각이나 말, 행동은 엄청나게 불결하죠.” (157p)

“내게 추근대지 말라구요, 더러운 남자” (158p)

“바보같이.” 그녀는 달콤한 미소를 내게 흘리면서 뭐라 한다. “이 못된 동물. 난 데이지꽃처럼 상큼한 아가씨였어요. 그런데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봐. 경찰을 불러서 강간당했다고 고발해야 하는데. 아, 더럽고 더러운 늙은이.” 이윽고 입술로 쉬쉬 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아프다고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앉을 수도 없다. 내가 무언가 속엣것을 찢어놓은 것 같다는 것이다. 성질이 난 내 친구는 다시 내게 욕했다. (192p)

그래요, 세상이란 속임수의 연속이에요. 내 일생을 쓴다면 누가 믿어주겠어요? 그녀는 말한다.(372p)


뭐 그래, 이렇게 롤리타의 말은 점점 변해갑니다. 그녀는 훌쩍 커버립니다. 커가는 그녀에게 미쳤을 험버트의 모든 행위들, 그녀를 둘러싼 환경들, 그리고 그녀가 배우게 된 '연극'이라는 것까지. 모두가 한 여자의 인생을 결정지은 행태들이었죠. 결국 로(롤리타)는 사라져버리고, 다시 나타났을땐 한 명의 어린 엄마가 되어있었구요.

아, 하나의 소설을 더 공개하고 싶네요. 이반 부닌의 '가벼운 숨결'이라는 건데, 가장 마지막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뭐 사실 네이버에서 '이반 부닌' 치면 항상 나오는 멘트이기도 해서 베껴다 갖다 붙이기도 좋은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말입니다.
 

"나 있지, 아빠 책들 중에서, 우리 아빠한테는 이상하고 우스운 책들이 많걸랑. 그 책에서 여인에게는 어떤 아름다움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읽었어······. 거기엔, 있잖아, 얼마나 많은 게 적혀 있는지 넌 다 기억하지도 못할 거야. 그러니까, 제일 먼저 당연히, 검은 칠흑같이 빛나는 눈동자. 에이, 몰라, 그렇게 써 있었어. 칠. 흑. 같. 이. 빛. 나. 는! 그리고 밤처럼 빛나는 속눈썹, 부드러운 장난기 서린 붉은 빛 감도는 얼굴, 큰 젖가슴, 그리고 정확하게 둥그랗게 알이 잡힌 종아리, 조갯빛 무릎, 경사진 어깨, 난 이 많은 걸 다 외웠어. 어때, 전부 맞는 말 같지!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뭔지 알아? 그건 가벼운 숨결이야! 그런데 자 봐, 내겐 가벼운 숨결이 있어. 잘 들어 봐, 내가 어떻게 숨쉬는지······. 거봐, 정말이지?"


여기에서의 말하는 이는 열일곱 여고생입니다. 모든 것을 갖춘, 한마디로 순수함의 절정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여학생이죠. 그러나 그녀는, 어느 날 집에 놀러온 한 장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게 됩니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가벼운 숨결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이견들이 있답니다. 가볍게. 흩어져 내리는 가벼운 숨결은 결국 그녀가 어리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순수성, 그 안에 묻어나는 팜므파탈적인 요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가벼운 숨결을 어쩌면 롤리타도 가지고 있었겠다 싶기도 하구요.

나도 여고생 시절이 있었죠. 아, 물론 '가벼운 숨결'의 이 아이나 롤리타처럼 매혹적이다거나 뭐 그런 섹슈얼함을 발산한 건 아닙니다. 아이고 생각만해도 아찔하네요 그런건. 흐흐
여고생의 성장을 겪은 입장에서 바라볼 때, 더욱 애틋하게 읽힐 것 같습니다, 이 두 소설 모두.
가끔은 이렇게 관점을 달리해서 바라보는 것도 참 재밌겠죠. 그냥 나는 그런 느낌입니다.
 

Posted by Lovely_Jae

Hiroshima Mon Amour (1959)
알랭 레네의 작품. 마르그리뜨 뒤라스 각본. 누벨 바그의 대표적인 흑백영화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 프-일 합작영화, 칸 영화제(59년)당시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작품 - 뭐 기타 등등의 여러가지 수식어가 있겠습니다만, 나로선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은 참으로 우연한 기회였죠.


일단, 학교 도서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코너인 프랑스문학 파트를 거닐게 되면서 이 영화와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프랑스 시 교재를 찾고 있었나, 평소에는 그닥 관심 없던 희곡쪽에 눈이 닿으면서 '마르그리뜨 뒤라스'라는 참으로 낯익으면서도 알쏭달쏭한 인물의 이름에 손이 갔습니다. 어라, 프랑스인의 '히로시마 내사랑'이라.. 이 또한 낯익은 제목인데 어째 또 입에 올리자니 머릿속에 맴도는 말 조차 없는. 다시말해 있어보이고 싶어도 든게 없는 그런 작품이었던 지라 일단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극본을 읽었습니다. 재밌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보아야겠노라고 마음을 굳게 다졌습니다. 오호라 서론이 깁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죠.


  영화의 줄거리. 일단 첫 장면은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완전 개방된 학교 멀티미디어 실에서 DVD를 돌리는데- 첫장면부터 웬 허벅다리에 역동하는 손가락이 보이더이다. 그나마 흑백이라 땡큐했습니다만. 애니웨이. (극중에서도 여배우인) 프랑스 여배우 '그녀'가 평화를 주제로 한 영화 촬영을 위해 히로시마에 옵니다. 그리고 한 일본인 건축가 남자 '그'와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그녀'는 상처가 많은 여자입니다. 그녀는 그에게서 세계 2차대전이 끝날무렵, 느베르라는 도시에서 그녀가 사랑했던 한 독일인 병사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독일군이었던 그 연인은 그녀 앞에서 사살당하고, 그의 연인이었다는 이유로 괄시당하던 그녀는 삭발당하고 지하실에 갇힙니다. 그녀는 미쳐버립니다. 느베르는 그녀에게 너무나도 슬픈 도시였고, 그녀는 그렇게 파리로 떠납니다. 일본인 '그'도 상처가 많은 남자입니다. 그도 그녀가 상처를 입고 있던 그 때에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가족을 잃습니다. 그들은 상처를 공유합니다.
 

히로시마에서의 마지막 밤, 그녀는 그를 뿌리칩니다. 어차피 헤어지게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정을 주지 않으려 합니다. 그녀에게 히로시마는 자기 자신을 투영한것만 같은 도시입니다. 느베-르. 입안에서 부드럽게 흩어지는 그 단어속에서 그녀는 상처를 느끼고, 히로시마도 그 상처를 알아주는 것만 같다고 그녀는 되뇌입니다. 히로시마도, 그녀가 느낀것과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마지막 밤, 그녀는 히로시마의 밤거리를 떠돕니다. 그러다 결국 그와 함께하게 됩니다. 그녀에게 그는 '히로시마'입니다.


히로시마 내사랑은 결국, '상처'와 '공간' 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은 과거에 그들이 겪은 상처를 공간화 합니다. 그녀는 그녀의 과거를 '느베르'라는 도시로 이야기하고, 남자는 '히로시마'로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지금 히로시마에 있고, 남자는 느베르에 가보고싶다고 말합니다. 중간 중간에 파리 센느강의 모습들도 나옵니다. 파리는 자유를, 히로시마와 느베르는 상처를 상징합니다.


이 영화가 내게 진하게 다가왔던 건, 뭐 화려한 수식어들 때문이 아닙니다.
작가는 굳이 상처를 극복하려 하지도 않았고, 감정을 무작정 배설해내고보는 카타르시스도 꾀하지 않았습니다. 여자가 맥주집에서 울며 소리지르며 뺨을 맞은 직후에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웨이터가 와서 폐점을 알리는 장면은 몹시도 쿨했습니다. 그래서 더 짠했습니다.
곱씹을수록 진득해지는 그런 영화입니다. 나는 감히 이렇게, 이 영화를 평해봅니다.

Posted by Lovely_Jae